나의 한국현대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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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3)

5. 단색의 병영이 무지개색 광장으로 인구감소는 나쁜 일인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지구촌도 대한민국도 인구가 줄어드는 게 바람직하다. 호모사피엔스는 천적이 없는 종이며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거의 다 통제한다. 스스로 개체증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무한증식해서 생태계에 재앙을 안길 수 있다. 그런데도 호모사피엔스는 만족을 모른다. 개체 수가 80억에 다가섰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자연의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며,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축적했고, 너무 많은 탄소가스와 화학물질을 배출해 지구 대기의 화학적 구성과 기후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인간의 몸속에 들어온다. 지구에게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다. 암 환자가 죽으면 자..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2)

3.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 한국경제는 1970년대에 ‘이륙(離陸, take-off)’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저 사실일 뿐 특정한 가치판단이나 규범적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독재를 해야 했다”거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동시에 이룰 수 없다”거나 “독재를 해서 경제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민주화도 가능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함께 추진해볼 기회를 자기 손으로 봉쇄했다. 경제성장에 관한 한 독재·권위주의·보수 정권이 민주·자유주의·진보 정권보다 나았다는 견해가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답을 먼저 말하면 [그림2]에서 보듯 실증적 근거가 없는 고정관념이다. 한국경제는 박정희 정부 때 이륙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상승폭은 민..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1)

1. 1959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았고 헌법이 명시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았으며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내는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국부(國父)를 자처한 무능하고 이기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불안하고 비참했다. 1959년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지 않고는 권력의 불의에 대항하거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는 나라였다. 신체의 자유, 사상과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말뿐이었다. 대통령과 정부를 찬양할 자유만 있었고 비판할 자유는 없었다. 정부의 정책을 추종할 권리는 있었지만 대안을 제시할 권리는 없었다. 1959년 1인당 GDP는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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