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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7)

제7장. 탈진실에 맞서 싸우다 거짓에 맞서 싸워라 내게 중요한 문제는 진실이 하찮게 여겨지는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진실 개념을 옹호하면서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거짓말에는 언제나 맞서 싸워야 한다.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탈진실 시대에는 당파적인 힘이 개입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의 출처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누구든 의도적 합리화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거짓말쟁이는 이미 자신의 검은 속내에 너무나 깊이 빠져서 갱생의 여지..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6)

제6장.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떻게 탈진실로 이어졌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이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접근법이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으며 각자의 ‘이야기’만 존재할 뿐이다. ‘객관적인 진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첫 번째 논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 생각이 옳다면 우리는 누군가가 참인 말을 할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두 번째 논지가 등장한다. 누군가 어떤 진실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정치적 이념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셀 푸코는 인간의 사회생활이 언어에 의해 규정되지만 언어 자체는 권력과 지배 논리로 가득 차 있다고 ..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5)

제5장.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가짜 뉴스의 범람 소셜미디어의 등장 2004년에 페이스북이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지역 카테고리 안에서 사용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친구’와 소통을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사회관계망 사이트에 지나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서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동일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하면서 페이스북은 통합 뉴스 제공 사이트로서 힘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이 자신의 페이지에 뉴스 기사를 공유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페이지 우측에 화제의 기사를 보여주는 ‘트렌딩Trending’ 탭을 직접 관리(및 편집)하고 있었다. 트렌딩 탭은 ‘좋아요like’ 기능을 기반으로 작동..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4)

제4장.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하다 저널리즘이란 다른 누군가가 활자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실을 활자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 외에는 모두 선전 행위에 불과하다. - 조지 오웰 미디어와 언론의 역사 미국에서 전통적인 미디어가 전성기를 누릴 때만 하더라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로 대표되는 주요 신문사와 ABC, CBS, NBC로 대표되는 TV 방송국이 뉴스를 전달하는 주된 매체였다. 1950년에 미국 일간 신문 평균 발행 부수는 하루에 5,380만 부(총 가구 수 대비 123.6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에 달했다. 가구 당 100퍼센트를 넘는 수치다. 즉, 일부 가구에서는 신문을 ‘둘’ 이상 구독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0년에 미국 일간 신문 평균 발행 부수는..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3)

제3장. 탈진실의 뿌리에는 인지 편향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과 일치하는 미래만 내다보려고 하며 반기기 싫은 진실은 아무리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할지라도 외면하려고 한다. -조지 오웰 탈진실 현상의 근원 중 한 가지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왔다. 인류 진화 역사 전반에 걸쳐 인간의 두뇌에 자리를 잡아왔으니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인지 편향’이다. 인간심리학의 핵심 전제는 인간이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 패턴을 프로이트 이론에 따라 ‘자기방어ego defense’라고 정의한다. 사회심리학 역사상 유명한 세 가지 고전적 발견 1) 인지부조화 이론 1957년,..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2)

제2장. 탈진실을 이해하려면 과학부인주의를 보라 지난 수십 년간 과학계가 겪어온 일은 탈진실 현상의 예고편과 같았다. 한때 방법론 면에서 권위를 인정받았던 과학 연구는 이제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수많은 비전문가들로부터 공공연한 의심을 받고 있다. 과학계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자기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연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과학자들이 검증에 해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많은 경우 이는 겉으로 내놓는 변명일 뿐이다. 실제 이유는 학계에서 내린 결론이 자신들의 이념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과학자들의 의도와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부인주의 science denial..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1)

제1장.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사실 탈진실을 중립적으로 다루겠다는 시도 자체가 탈진실의 주된 특징인 기계적 중립성에 빠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대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은 탈진실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탈진실에 관한 책을 쓸 때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전제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도 양쪽 모두 공정하게 다루는 척해봐야 진실을 외면하게 될 뿐이다.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 조지 오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탈진실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포스트트루스post-truth’를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3)

5. 단색의 병영이 무지개색 광장으로 인구감소는 나쁜 일인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지구촌도 대한민국도 인구가 줄어드는 게 바람직하다. 호모사피엔스는 천적이 없는 종이며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거의 다 통제한다. 스스로 개체증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무한증식해서 생태계에 재앙을 안길 수 있다. 그런데도 호모사피엔스는 만족을 모른다. 개체 수가 80억에 다가섰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자연의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며,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축적했고, 너무 많은 탄소가스와 화학물질을 배출해 지구 대기의 화학적 구성과 기후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인간의 몸속에 들어온다. 지구에게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다. 암 환자가 죽으면 자..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2)

3.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 한국경제는 1970년대에 ‘이륙(離陸, take-off)’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저 사실일 뿐 특정한 가치판단이나 규범적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독재를 해야 했다”거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동시에 이룰 수 없다”거나 “독재를 해서 경제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민주화도 가능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함께 추진해볼 기회를 자기 손으로 봉쇄했다. 경제성장에 관한 한 독재·권위주의·보수 정권이 민주·자유주의·진보 정권보다 나았다는 견해가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답을 먼저 말하면 [그림2]에서 보듯 실증적 근거가 없는 고정관념이다. 한국경제는 박정희 정부 때 이륙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상승폭은 민..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1)

1. 1959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았고 헌법이 명시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았으며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내는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국부(國父)를 자처한 무능하고 이기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불안하고 비참했다. 1959년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지 않고는 권력의 불의에 대항하거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는 나라였다. 신체의 자유, 사상과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말뿐이었다. 대통령과 정부를 찬양할 자유만 있었고 비판할 자유는 없었다. 정부의 정책을 추종할 권리는 있었지만 대안을 제시할 권리는 없었다. 1959년 1인당 GDP는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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